생각

엄마

mamia 2017. 11. 5. 04:45



2017년 7월 31일 엄마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폐렴으로 입원

폐렴은 나으셨으나 거동을 못하시고 VRE 장알균 검출됨

2017년 9월 25일  VRE 환자들 격리실이 있는 요양병원으로 옮김

VRE로 인해 병실 밖 출입이 제한되어 재활치료도 받지 못하고

온종일 침대에서만 생활하시니 소화 기능도 약해지심

치매 초기라고 진단 내려짐

형제들이 매일 점심 찾아뵙고 보살펴 드리고 있음


먹고 잠자고 침대에 누워만 계시니 꿈과 몽상과 현실이 엉키는게 당연하다.

치매는 현실 상황을 견디는 어르신들의 방어기제인 듯 하다.

어찌 온전한 맨 정신으로 이 상황을 버틸 수 있겠는가!

허물어진 육체만큼 정신도 나약해지니 병원 생활이 시작되면 없던 치매도 저절로 생기게 될 것 같다.

병실에 오시는 노인들이 오던 날보다 급속도로 초췌하게 환자가 되어가는 것을 지켜본다.

환자들을 돌보는 간호사도 간병인도 무감각하다. 

야속한 마음도 없으되 그냥 사는게 허허롭다.

대변을 보셨는데 말씀을 안하신다.

아직은 대변 싼걸 모르실 정도의 치매는 아니시다.

가끔 뜬금없는 소리를 하시는 것 외에는 아직 생각이 정정하시다.

미안하신게다.

간병인에게도 말하면 치워는 주되 좋아할 리 만무하고

딸에게는 더더욱 미안하셔서 모른척 계신 듯 하다.

내가 웃으며 정성껏 닦아 드리니 좋아하신다.

간병인은 일부러 모르세 딴정 피우다가 간호사에게 싫은 소리를 들은 눈치다.

뒤늦게 와서 기저귀를 채워드리며 퉁스럽다.

나도 마음이 상하지만 조용히 내색않고 엄마만 안마해 드렸다. 


병원생활이 4개월로 접어들고 있다.

엄마가 해맑게 웃는 모습이 생각나면 눈물이 난다.

엄마 병원에만 다녀오면 침울해져 새벽 일찍 잠이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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